250×170cm
회화
1980년대 후반
〈안과 밖〉(1980년대 후반)은 ‘지각의 현상학’으로 잘 알려진 메를로?퐁티의 에세이에서 차용한 제목으로, 그의 작품 세계는 메를로?퐁티의 사유로부터 상당한 영향을 받았다. 연작 〈보이는 것과 보이지 않는 것〉의 표제도 이와 마찬가지로 붙여진 것이었다. 〈안과 밖〉은 사각형의 대형 캔버스를 십자가 형태로 나눈 후, 작은 완두콩만한 크기의 점들을 상하좌우로 가지런히 찍고, 그 위에 빨간 배경색을 덧입히는 제작 과정을 거쳐 완성된다. 이러한 일련의 과정 속에, 패턴으로 찍힌 점들은 안으로 들어가고 화면 전체를 뒤덮은 배경색은 밖으로 도출되어 기존 회화의 채색 순서를 역전시킨다. 이러한 방식은 보이지 않는 세계에 대한 인식을 새롭게 이끌고, 안과 밖의 이분법적 분리를 거부하며, 서로가 서로를 흡수하고 있는 상태를 가시화시킨다. 그는 점, 선, 면의 순수 조형과 단색조의 화면 구성을 통해, 조형과 색의 물질성이 아닌 회화의 평면성에 주목하도록 이끈다. 순수한 단색조 평면은 감각적인 요소를 발현하고, 두터운 깊v이감은 명상의 시간과 공간을 불러낸다. 궁극적으로 작가는 이러한 작업을 통해 삶과 예술 속에서 사유하는 자아를 이야기하고자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