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4×488cm
한국화
2002
〈방인왕제색도〉(2002)는 조선 후기 화가 겸재 정선의 〈인왕제색도〉(1751)를 디지털 이미지화해서 그것을 크리스털로 재현한 작품으로, 전통 산수화를 재해석하는 황인기 특유의 현대적 방법론이 돋보인다. 그는 0과 1로 이루어진 디지털 세계를 회화적으로 재현하기 위해 각 픽셀에 크리스털을 붙이거나 붙이지 않는 방법을 택했다. 그러나 이러한 제작과정은 일일이 수작업으로 이루어지기 때문에 많은 시간과 노동을 필요로 한다. 흑과 백으로만 이루어진 이 작품은 결국 디지털의 이면에 공존하고 있는 인간, 즉 디지털 세계를 완성하기 위해 필수불가결한 아날로그에 대해 이야기하면서 새로운 인식의 지평을 제시하고 있는 것이다. 또한 반짝이는 크리스털이 주는 강렬한 인상은 표면적인 물질로부터 오는 미감과 그 물질이 표현해내고 있는 명화의 아름다움 사이에 존재하는 미적 가치의 차이에 대해 재고하게 한다. 이와 같이 전통과 현대, 아날로그와 디지털에 대한 작가의 철학적 성찰은 작품을 통해 관람자에게 끊임없이 질문을 던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