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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미디어
2003
〈부유하다〉(2003)는 전준호의 ‘지폐’ 시리즈 중 하나로, 지폐 뒷면에 인쇄된 그림들을 배경으로 한 디지털 애니메이션 작품이다. 작가 자신은 영상 속에서 주인공이 되어 만원권 지폐에 있는 경회루를 시작으로 오천원권의 오죽헌과 천원권의 도산서원 안을 차례로 배회한다. 전시장 벽면 가득 프로젝션 되는 거대한 지폐 이미지 속에서 작가는 아주 작은 존재로 등장하여 적막감이 감도는 장소를 무의미하게 ‘부유’할 뿐이다. 이는 ‘부유하다’라는 단어가 가지는 중의적 의미, 즉 ‘경제적인 부를 소유함’과 ‘목적 없이 떠돌아다님’을 교묘하게 중첩시킴으로써 경제적인 부를 찾아 거대한 자본주의 시스템 안을 표류하지만, 결국 그 안에 갇혀버린 개인의 무력함을 풍자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