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4)은 정현숙의 대표 시리즈 작품 중 하나다. 파스텔조의 화면 구성 위에 작은 원형의 형태가 배치되었는데, 작가는 링거병에 넣은 묽은 아크릴 물감을 캔버스 표면에 떨어뜨려 물감 방울이 작은 원형의 점을 이루면서 은근히 번지는 효과를 얻었다. 그렇게 번진 원형에 붓질을 더하여 정돈된 동그라미 형태를 완성했다. 동양화의 번짐 효과를 닮은 이러한 기법을 작가는‘타시즘(얼룩화, Tashisme)’이라 칭하는데, 이로 인해 그의 작품에서 원형은 기하학적 정밀성 보다는 원형질 세포의 유기적 형상을 연상시킨다.‘전과 후’라는 제목에서 알 수 있듯이, 작가는 과거에서 현재로 이어지는 전통과 현대의 융화를 지향하며, 우연성과 작가적 실천이 조화를 이루는 작품을 제작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