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3.5×122×18cm
조각
2004
이용덕(1959? )은 1982년 서울대학교 미술대학 조소과, 1989년 동 대학원을 졸업하였으며, 1996?1997년 독일 베를린예술종합대학에서 석사과정과 마이스터쉴러를 마쳤다. 표 갤러리, 베이징의 중국국립미술관 등지에서 열렸던 개인전 〈Depth of Shadow〉(2005, 2006, 2009)와 2009년 〈Korean Eye?Moon Generation〉(런던 사치 갤러리)을 비롯한 다수의 단체전에 참여하였다. 2011년 제25회 김세중조각상을 수상하였다. 현재 서울대학교 조소과 교수로 재직 중이다. 이용덕은 오랫동안 실재와 재현, 그리고 우리의 인식론적 경험에 관한 문제를 다뤄왔다. 그가 창안한 ‘네거티브 조각(negative sculpture)’은 공간 속에 존재하는 양감을 기본으로 하는 전통적인 조각 양식을 뒤집은 새로운 조각 언어이다. 멀리서 보았을 때는 양각(陽刻)으로 보이지만 실제로는 음각(陰刻)에 해당하는 그의 조각은 완벽한 일루전으로 우리의 지각체계에 질문을 던지며, 음과 양, 빛과 그림자, 물질과 비물질, 존재와 부재 같은 결코 만날 수 없는 대립항들 사이의 조화와 공존을 꾀한다. 특히 그는 음각과 양각을 동시에 사용하기도 하는데, 이것은 음양의 조화, 즉 전통적인 동양 사상의 발현이라고 볼 수 있다. 이용덕은 동시대를 살아가는 평범한 인물들을 주인공으로 삼고, 거리에서 쉽게 마주칠 수 있는 그들의 일상적인 움직임을 조각으로 옮긴다. 〈Walking on the Street 0410〉(2004)은 걷고 있는 인물들을 주로 다룬 시리즈 중 하나로, 음각된 익명의 인물들은 어떠한 감정 상태도 드러내지 않은 채 오직 걷는 행위에만 열중하고 있다. 이 작품은 일정한 거리를 두고 보았을 때 양각의 부조로 인식되는 착시 효과를 지니고 있는데, 관람자들은 그 앞에 가까이 갈수록 ‘존재’한다고 믿었던 형상이 사실은 ‘부재’하는 것임을 깨닫게 되며 인식체계의 기반이 와해되는 경험을 하게 된다. 동일한 시간, 동일한 공간 속에서 관람자의 체험에 의하여 방금 전까지 조각이 차지했던 자리는 실재와 환영이 교차하는 빈 공간이자, 보는 시점에 따라 끊임없이 변화하는 유동적인 공간으로 변모함으로써 조각의 영역을 확장시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