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2×227cm
회화
2003
〈개〉(2003)는 어느 겨울밤 도시 외곽의 풍경을 보여준다. 한밤중에 내리는 눈을 가만히 보고 있는 개의 모습을 포착한 그림이다. 어두운 청색을 주조로 하는 화면 중앙에 개와 개집이 그려져 있다. 배경은 짙은 어둠에 잠겨있고 비닐하우스로 보이는 구조물과 나무들의 형상이 어슴푸레 암시될 뿐이다. 눈이 쌓여있는 바닥에는 자동차가 지나간 자국, 사람이 오고 간 흔적들이 보이고, 눈송이는 화면 곳곳에 번지듯 흩어져있는 하얀 동그라미 형상으로 표현됐다. 화가는 무엇보다 깊은 겨울밤, 혼자 깨어있는 개에 주목한다. 그것은 모두가 잠든 깊은 밤에 홀로 불면의 밤을 보내던 화가 자신의 모습을 투영한 이미지일지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