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0×42×30cm(×3개)
조각
2001
〈Cyborg〉는 여성들의 성형수술 재료로 흔히 사용되는 실리콘을 재료로 해 만들어진 토르소로서, 얼굴과 팔다리는 없지만 분명 여성의 신체를 떠올리게 한다. 실리콘이라는 부드럽고 탄력 있는 반투명 재료는 ‘사이보그’라는 제목 및 기계적 형상과 기묘한 대비를 이루며, 통상 ‘남성’, ‘기계’ 등으로 규정되는 ‘사이보그’에 대한 우리의 머릿속 선험적 개념을 뒤흔든다. 동시에 ‘연약함’으로 고착되어온 여성과 여성성에 대한 고정관념에도 도전한다. 실리콘 보형물을 장착한, 수동적이고 연약하기보다는 강인하고 자기주도적인 동시에, 여전히 보이는 모습에 집착하고 있을지도 모를 사이보그적 여성은 혐오스러울까 아니면 매혹적일까? 머지않은 미래에 사이보그는 인류의 낯설지 않은 존재양상, 그야말로 포스트휴먼이 될 것이다. 인간과 기계의 구분을 넘나들고 남녀의 구별을 넘어서는 사이보그를 통해 이불은 포스트휴먼 시대가 환영할만한 유토피아일지 아니면 끔찍한 디스토피아일지 물음을 던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