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4)는 서양미술사의 고전에 속하는 것들을 패러디한 작품이다. 루소의 그림에 자주 등장하는 숲(정글)이 배경이 되고 그 앞에 비너스가 누워있다. 자연과 여자의 누드는 오랫동안 동일한 대상으로 이해되어왔다. 이 누드상은 살아있는 유기체가 아닌 재구성된 육체로, 형태뿐 아니라 정신적으로 완벽한 것으로 표상된다. 화면 속에는 르네상스 북유럽 미술가 알브레히트 뒤러의 아담과 이브, 베네치아 회화의 창시자인 조르조네의 비너스, 미국마텔사의 인형 바비와 켄, 명품 패션브랜드 크리스챤 디올 광고의 남녀 모델들이 보인다. 성서 텍스트를 도상화 한 그림들을 희화하는가 하면 여성 이미지에 따라붙는 팜므파탈의 의미도 내려놓았다. 이 작품은 작가의 의도와 방식이 결합되어, 고전의 현대적 변용 속에서 감추어진 현대인들의 욕망을 보여주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