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7ⅹ127cm
회화
1989
<무제>(1989)에서 변종곤은 극사실주의적인 표현 기법으로 이질적인 존재와 사물들을 하나의 화면에 등장시키는 낯선 조합을 선보인다. 화면의 후면에는 십이간지(十二干支)가 쓰여 있는 일력(日曆)이 새겨져 있다. 전면에는 거대한 여행용 가방 위에는 하반신을 탈의한 남성이 앉아 있고, 그의 오른편에 정체불명의 구조물이 배치되어 있으며 왼편에는 전투기가 폭탄을 떨어뜨리는 순간의 모습이다. 전통과 현대의 문물이 뒤섞여 있으며, 대상의 실제 크기가 무시된 화면은 현실에서 접하는 일상적인 질서와 다른 방식으로 배치되어 극적 긴장감을 높인다. 뜻하지 않은 장소에 상호 이질적인 요소가 인접하면서 시각적 충격을 주며, 이는 초현실주의적인 데페이즈망(depaysemen) 효과를 자아낸다. 전혀 상관없을 것 같은 대상들을 한 공간에 배치하고 그 연관성을 추측하도록 상상력을 자극한다. 작가의 이후 작업에서 일상의 오브제가 작품 안으로 콜라주로 포섭되고 설치되는 작업의 전조를 예고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