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1.5×62cm(×2개)
회화
2007
<김약국집 딸들>(2007)은 박경리의 동명 소설의 텍스트를 하얀색 진주로 전환한 것이다. 작가는 읽은 책 중에서 자신에게 결정적인 인상을 남긴 부분을 필사한다. 패널의 크기와 진주가 대체할 글자의 수를 결정하고, 모눈종이와 직각자로 정확하게 여백을 이룰 패널의 외곽을 조정한다. 백색으로 밑칠 처리를 한 목재 패널에 작은 모조진주를 촘촘하게 붙인 이 작업은 일견 점자처럼 보이지만 문장의 의미론적 맥락이 사라지고, 형태론적, 시각적 조형성이 나타난다. 그의 작품은 읽을 수는 없지만, 작가가 읽은 모든 글자는 이미 보이는 노래, 들리는 이미지라고 할 수 있다. 무수한 활자를 흰 색 진주로 대체한 작품들은 삶의 이야기에 대한 ‘번역’인 동시에 눈의 기능에 대한 ‘반역’을 시도한 작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