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8×87
한국화
1994
<공곡유향(空谷幽香)>(1994)은 ‘텅 빈 골짜기에 그윽한 향기’라는 뜻으로, 전통 문인화에서 난초 그림에 자주 사용되는 화제(畵題)다. 문인화에서 사군자는 ‘매난국죽(梅蘭菊竹)’ 네 가지 자연물을 소재로 군자의 덕목을 칭하는 것으로, 난초를 소재로 한 ‘공곡유향’은 ‘군자는 난초와 같아 텅 빈 계곡에 외로이 있어도 골짜기를 향으로 가득 채운다’는 의미다. 박종회는 절벽에 피어난 난초를 그리는 전통적인 구도를 따르지 않고, 화면 가득 거대한 돌의 형상을 부벽준(斧劈?)으로 그린 다음 그 아래 작은 난초를 그려 넣었다. 일반적으로 문인화가들이 자신을 사군자에 비유하는 것을 상기할 때, 박종회의 이러한 화면 구성은 자신을 낮추어 겸손하게 표현한 것이라 할 수 있다. 그러면서도 ‘공곡유향’이라는 제목을 붙임으로써 은은하지만 분명한 향기를 뿜고 있는 난초로서 자신을 대변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