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6)은 일상성에 주목하는 2000년대 중후반의 춤추는 상자 시리즈 중 하나이다. 상자들이 춤추는 듯 의인화된 모습으로 나타나는 이 시리즈는 동네 슈퍼마켓에 쌓인 버려진 상자들에 연민을 느낀 작가가 그것들에 생명을 불어넣고 싶다는 바램에서 출발하였다. 상자 모으기부터 시작한 김봉태는 청동 캐스팅, 드로잉, 회화, 조각 등 다양한 매체를 통해 실험을 지속하였다. 이 작품은 플렉시글라스(plexiglass) 위에 아크릴 물감을 칠하고 색 테이프를 붙여 작업한 것이다. 빛을 투과하는 플렉시글라스의 반투명한 속성 때문에 동일한 색의 물감을 판의 앞면과 뒷면에 칠하게 되면 다른 색을 입힌 것 같은 부드러운 깊이감이 발생한다. 즉 빛을 투과하는 재료를 사용함으로써 입체성을 확장하고 있는 것이다. 김봉태는 이전 작품들이 “삶의 철학을 진지하게 노래했다면 이제는 그림을 매개로 다 같이 놀자는 마음으로” 이 춤추는 상자 시리즈를 만들었으며 도시 같기도, 빌딩 같기도, 가족 같기도 하다고 말한 바 있다. 이는 시리즈로 이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