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2×40×38cm
조각
1994
<立像>(1994)은 인체에 대한 작가의 꾸준한 관심과 분석적 시각을 보여주는 작품으로, 목재를 사용한 추상화된 형태가 특징이다. 조각의 윗부분은 유기체적인 형태로 곡선이 두드러지는 가운데 인간의 손이 홀로 구상적 형상으로서 붙어 있으며, 아랫부분은 마치 주름치마처럼 표현된 수직적 형태 아래 두 발이 드러나 있다. 작가는 추상과 구상, 곡선과 직선이라는 대비되는 요소를 혼재시키고 있는데, 이는 통나무에서 형상을 조형하듯 깎아 들어가다가 도중에 멈춘 것 같은 미완의 인상을 준다. 그의 추상조각은 단지 형태의 추상뿐만 아니라, 작품 재료를 형상으로 완전히 덮지 않고 본연의 속성을 드러냄으로써 추상을 이루고 있다. 이러한 작업경향은 작가가 단순한 형태의 창조 또는 형태간의 관계를 추구하는 것이 단순히 시각적 문제만이 아니라, 상황 내 ‘과정’의 문제이며, 나아가 존재를 발견하는 데 근간을 두고 있음을 의미한다. 결국 박상숙의 인체조각은 인체 자체에 대한 묘사라기보다 인간이 처한 실존으로서의 모습에 대한 통찰로부터 추출된, 고도의 추상적 조형으로서의 완결성을 지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