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0×140
회화
2004
<사유의 공간>(2004)은 고혜숙의 대표 시리즈 중 하나이다. 붉은색과 푸른색의 보색 대비가 강렬하게 드러나는 작품으로 가까이에서 보면 파란색과 붉은색의 거친 붓터치가 불규칙하게 찍혀 있는 것처럼 보인다. 그러다가 작품에서 점점 멀어질수록 캔버스 중앙에 집중된 붉은색의 군집들이 어떠한 형상을 이루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그러나 붉은색의 군집들이 정확히 어떤 형상을 이루고 있는지 알 수 없다. 또한 붉은색과 푸른색의 붓터치가 서로 겹쳐지며 우리의 시각장 안에서는 묘한 환영이 일어나게 되는데 이처럼 <사유의 공간>은 작품을 관람하는 내내 관람자로 하여금 끊임없이 사유하도록 만든다. 평론가 홍경한은 생성과 소멸, 복잡함과 단순함, 격정과 고요 이것이 고혜숙의 작품세계를 형성하는 아우라라고 했다. 더불어 작가가 추상화 작업을 통해 휴머니즘을 보여주고자 하는 것으로, “자유로운 심적 평형을 유지하고 그 자유로움을 선으로 표현한다. 이는 열정적이지만 반면 잠잠한, 만들어짐과 사라짐이라는 미의 기준으로 분류되며 일상에서 보고 듣고 느끼며 살아가는, 삶의 다양한 심삼을 복잡함 속 정적 상징으로 드러내려” 하는 것이라고 역설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