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125cm
사진
2006
<대법원 로비>(2006)는 기록이라는 사진의 특성을 극대화하여 정부 공공기관의 건물 내부를 포착한 작품이다. 대법원 중앙청사 로비는 화강석이 사방으로 둘러있고, 격자 모양으로 구획한 천장에서는 환한 조명이 회색조의 공간을 밝히고 있다. 불 켜진 격자 천장은 사진 전체에서 큰 비중을 차지하고 법원의 권위적이고 엄격한 분위기를 전달한다. 정확한 좌우 대칭의 공간 구조는 이미지 전체의 소실점이 되는 벽감을 향해 뻗어있으며, 화강석의 차가운 속성과 더불어 소통과 개입의 여지가 없는 국가권력을 표상한다. 이러한 건축구조는 사진 속 중앙 벽감에 위치한 조각가 박충흠의 <정의의 여신>(1995)과 시각적 대조를 이루는데, 이는 “모든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헌법 제1조 제2항)라는 권력의 기본 정의를 떠올리게 하면서 국가 권력의 아이러니를 고발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