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0*149cm
회화
1992
<삶과 뿌리>(1992)는 작가의 오랜 시리즈 작품으로, 남미에서 활동하면서 타자로서 살아온 작가의 삶과 정체성에 관한 고민들이 엿보인다. 작가는 이 시리즈를 통해 남미에서의 삶 속에서 체득한 라틴문화와 자신의 뿌리인 동양문화를 융합하려는 시도를 지속했다. 이전 작품들에서는 각 문화권에서의 전통문양이 주요 모티프로 사용됐으나, 1990년 이후의 작품들은 대부분 자유롭고 역동적인 화면 구성을 보여 준다. 이런 유연한 색면은 보다 심화된 원시성의 표출인 동시에 색채의 강렬함을 더욱 선명하게 전달하는 요소다. 이 작품에서 사용된 빨강, 노랑, 초록, 검정, 흰색은 정열적인 라틴문화를 연상시키는 색이면서도 동양에서 오방색으로 불리는 색들이다. 박재곤은 이처럼 이국적이면서도 우리의 감수성과 맞닿아 있는 독특한 추상으로 원초적 세계의 신비와 그에 대한 경외를 담아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