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0 X 107 X 155
조각
1991
<바람의 한가운데>(1991)는 여름 휴가철에 목격한 교통사고에서 모티브를 얻어 제작한 작품이다. 작가는 젊은 남자의 과속으로 인해 발생한 사고를 재현하여 현대사회에 만연한 빨리빨리 문화와 물질만능주의를 비판하고자 했다. 우선 작품에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것은 자동차와 자동차에 기대어 서있는 한 여성이다. 자동차는 기계문명의 혜택을 상징하기도 하지만 현시대에는 사회적 지위를 과시하는 용도로 쓰이기도 한다. 작가는 교통사고와는 무관하게 사색에 잠긴 여성을 자동차와 함께 등장시킴으로써 자동차에 담겨진 인간의 과시욕과 물질만능주의를 비판하고자 했다. 또한 핸들을 잡고 있는 손 부분만을 표현하여 도덕과 이성보다는 폭력적인 본능에 충실한 현대인의 단면을 보여주었다. 여기에 고양이와 독수리를 등장시킴으로써 본능이 만연하게 되면 결국 약육강식의 논리가 지배하는 사회가 될 것임을 암시했다. 작품의 세부묘사에서도 작가의 세심함이 드러나는데, 좌측으로 틀어져 있는 자동차의 바퀴를 통해 사고 당시의 긴박함을 표현했으며 번호판에는 사고가 발생한 시기이자 작품의 제작시기이기도 한 ‘1991’을 표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