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 X 185 X 5
한국화
2008
<공간 읽기>(2008)에서 김성희는 한지 위에 농담을 조절한 먹의 필선을 하나하나 그어나가 개인적인 삶의 공간과 그 안의 사물들을 그려낸다. 일일이 가로 먹선을 그어가는 제작 과정에서, 화면 속 사물들은 작가의 들숨과 날숨의 진동을 그대로 나타낸다. 큐레이터 신혜영의 평론처럼 “세밀하게 떨리는 먹선으로 표현된 사물과 그것들이 놓인 삶의 공간은... 생명체처럼 불안하고도 자연스럽다.” 작가는 이처럼 호흡을 담은 선을 통해 대상에 생명력을 부여하고 그들과 스킨쉽하며 자기 신체와 긴밀한 관계를 유지한다. 한편 같은 호흡으로 묶여 있는 공간과 그 안의 사물들은 투명도를 높인 것처럼 중첩되면서 묘한 공간 감각을 생성한다. 예를 들어 싱크대 위의 창문은 바깥을 향해 열려있는 한편 타일벽으로 막혀있다. 따라서 먹선으로 이루어진 형상들은 견고한 실체로서 공간을 점유하는 대신 경계를 공유하면서 공간을 부유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