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0×90cm(×12개)
사진
2004-2007
〈얄읏한 공〉 시리즈는 경기도 평택 팽성읍 대추리 황새울 들녘에 우뚝 서있는 공 모양의 구조물을 다양한 시선과 각도에서 찍은 작업이다. 이 구조물은 마치 물탱크나 가스탱크처럼 보이는데, 몇 십 년간 살아왔던 그 지역 주민을 포함하여 아무도 그것의 정체를 모르고 있었다. 작가는 그 구조물이 미군 공군기지 캠프 험프리의 시설임을 감안하여 레이더 군사시설임을 짐작하고 있었으나, 정확한 명칭을 모르고 있었다가 마침내 레이더 장비의 한 종류인 ‘레이돔’임을 알게 되었다. 레이돔은 전 세계를 대상으로 하는 미군의 첩보 수집에 이용되는 군사 장비이며, 평택은 바로 미군의 첩보를 취합하는 중요 군사 요충지이다. 주한미군이 서울 용산에서 철수하여 평택으로 병력을 재편성 하는 과정 속에서 평택의 시골 지역인 대추리의 주민들은 일평생 삶의 터전으로 여겨 온 땅을 국가에 내놓아야 되는 상황에 처한다. 그동안 지역 주민들에게 마치 마을의 랜드마크처럼 친근했던 그 구조물이 사실은 주민들을 쫓아내려 하는 거대 권력을 상징하는 표상이었던 것이다. 작가는 레이돔을 마치 달이나 골프공처럼 보이도록 유희적으로 연출하여 사진을 찍음으로써 이러한 모순된 상황을 표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