핵 / 이승조

 규격   161×161cm

 장르   회화

 제작년도  
1985

 해설
〈핵〉(1985)은 이승조의 ‘파이프 회화’의 전형인 동시에, 자신의 회화를 통해 무엇을 하려고 했는지를 선명하게 보여주는 작품이다. 유색을 배제하여 더욱 관념적으로 느껴지는 회색면을 바탕으로 한 이 작품에서 처음에는 11개의 수직 파이프들이 눈에 들어온다. 정교한 붓질로 더해진 물감은 가운데 1/3 정도를 가르는 부분이 아니었더라면 완벽한 좌우대칭을 이루는 원통형의 파이프들로 보였을 것이다. 그러나 가운데 부분을 파이프 형상의 반전상 혹은 음화처럼 그려냄으로써 그의 붓질이 파이프라는 ‘형상의 환영’으로 귀착되는 것을 스스로 차단했다. 가운데 부분은 우리가 본 것은 파이프나 그 어떤 형상도 아닌, 물감이 만들어낸 환영, 혹은 우리 눈의 착시에 불과함을 각성시킴으로써, 회화의 ‘핵’이 거기 있음을 명료히 드러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