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7×84×60cm
조각
2011
〈번역된 도자기(Translated vase)〉(2011)는 도자기 공방에서 도공들에 의해 폐기된 백자 파편들을 금박으로 이어 붙여 완전히 새로운 형태로 만들어낸 작품이다. 1990년대부터 설치, 조각, 영상, 드로잉, 퍼포먼스 등 다양한 매체로 새로운 시도를 선보여 온 이수경은 2000년대에 들어서부터 깨진 도자기 파편에 주목하기 시작했다. 작가의 예술적 상상력에 붙들린 치유의 행위를 통해 파손된 도자기 조각들이 새로운 창조물로 다시 태어나는 과정은 파괴와 재생, 죽음과 부활의 순환 관계를 떠올리게 한다. 작은 파편에서 커다란 형상으로 작품이 서서히 확장되어가는 과정은 마치 숭고한 세포의 번식과도 같이 느껴지는데, 이와 같이 ‘금빛’으로 채워진 ‘흠집’은 깨어짐이 도리어 새로운 아름다움을 창출하는 중요한 요소가 될 수 있음을 생각하게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