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1.7×298cm
설치
2009-2010
〈나가사키, 히로시마 버섯구름〉(2009?2010)은 함경아의 ‘북한자수회화’ 시리즈 중 대표적인 작품으로, 2차 세계대전 당시 일본 나가사키와 히로시마의 원자폭탄 폭발 사진을 손자수로 제작한 것이다. 작가는 2008년 자신의 집 마당으로 날아든 북한의 삐라를 보고 작품을 구상하였다고 전하는데, 작가가 천에 도안을 인쇄하고 중국을 통해 북한의 자수 노동자들에게 보낸 뒤 완성품을 돌려받는 방식으로 제작하는 이러한 ‘자수회화’는 말하자면 예술의 형식을 빌린 ‘삐라’인 셈이다. 노동자들이 자수를 놓으면서 당연하게 그녀가 보낸 이미지와 글씨들을 보고 읽게 될 것이기 때문이다. 작가가 보낸 디지털 이미지가 노동집약적인 수공예 작품으로 되돌아오는 과정은 남한과 북한의 실상을 대조하고 있으면서 동시에 북한의 노동자와 남한의 관객이 작품을 매개로 소통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다. 이와 같이 작가는 검열과 작품분실 등의 우여곡절 속에서도 이데올로기적, 물리적 거리를 뛰어넘는 협업을 이루어냄으로써 남북분단의 현실과 소통의 가능성에 대해 재고하게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