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5.5×562×6.5cm
설치
2012
〈쇳가루 산수화〉(2012)에서 김종구는 쇳물이 흘러내리고 산화되면서 만들어내는 우연의 효과를 통해 쇠의 물성에서 벗어나 작품을 만드는 고된 시간과 과정, 나아가 정신성이라는 비물질적 요소를 드러낸다. 쇳물은 먹물이 갖는 비정형성에 비견될 수 있으며, 쇳가루 산수화는 쇠의 단단한 물성에서 벗어나 동양적 정신성을 내포한 예술작품이 되고 탈물질, 탈오브제의 단계로 나아간다. 쇠의 변화는 현대 물질문명에 대한 작가의 반성적 사고와 맞닿아 있다. 오랜 기간 쇳덩어리를 갈아서 자신만의 호흡을 담아온 김종구는 “살아 숨 쉬는 과정이 들어있다. 갈려서 떨어져 나간 작은 조각들마저 생명의 일부다”라며, “비바람을 맞아 녹이 슬고 그 녹이 흘러 새로운 형상을 만들어내는 것조차 생명의 또 다른 호흡”이라고 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