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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미디어
2012
〈맥 아래에서; 너에게 주문을 건다(Under the Vein; I spell on you)〉(2012)는 개울가에 만들어진 산책로를 배경으로 두 명의 인물이 등장하는 HD 비디오 작품이다. 작품 속에서 등장인물은 L?로드를 들고 걸으며 수맥을 찾고 있다. 그러나 이 개울은 자연적으로 형성된 것이 아니라 인공으로 만들어진 것이며, 따라서 이 개울의 ‘수맥’이란 구청직원이 틀어주는 수도꼭지다. 작가는 실제 자신이 개울가를 따라 걸으면서 느꼈던 즐거움과 그것이 인공 개울임을 알았을 때 느낀 일종의 배신감을 토대로 이 작품을 구성하였다고 한다. 한편 보이지 않는 수맥은 우리 몸속에 보이지 않는 ‘맥’인 혈관과 중첩된다. 등장인물이 자신의 팔뚝에 뭔가를 그려 넣는 것은 마치 수맥을 찾듯 혈관을 찾아 그리는 것이다. 개울의 수맥을 찾는 행위와 자신의 혈관을 찾는 행위는 ‘맥(vein)’이라는 단어 위로 겹쳐지며 언어유희를 만들어내고, 주인공이 팔뚝의 선들을 씻어내면서 전해지는 허무함은 인공 개울에 대한 실망감과 연결된다. 이처럼 작품 속에서 중첩되는 여러 단서들의 연쇄작용은 리얼리즘과 시뮬레이션의 경계를 넘나드는 체험적 사고를 가능케 하며, 구동희는 자신의 경험에서 출발하여 즉흥적으로 선택된 요소 위에 이와 같은 의미의 연속성을 덧씌우고 그로 인해 다시 일상, 또는 사회의 어떤 것들에 대해 재고해보게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