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9×194cm
회화
1993
〈무제〉(1993)는 황창배의 실험정신이 정점에 달했던 1990년대 초중반 작품 중 하나로, 캔버스에 아크릴과 유화 물감 등을 칠하거나 긁어내는 기법으로 동양적인 이미지를 재현하였다. 동양화 재료에서 벗어나 서양화 재료들을 적극적으로 취해 두터운 붓질로 마티에르를 강조하고, 이러한 실험으로 밀도 높은 ‘평면’에 대한 탐구를 지속하였다. 한국의 전통 문양에서 착안한 꽃과 새 등을 기호화하고 선 만으로 표현한 것도 평면적인 화면을 위한 하나의 방편이었다고 볼 수 있다. 이러한 작업을 통해 동서양의 재료를 구분함으로써 생기는 제약들로부터 해방되어 본질로서의 ‘그림’에 몰두하였고, 작위적인 평면이 아닌 원초적인 유희의 공간으로서의 평면을 추구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