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0×299cm
한국화
2009
〈신몽유도원도〉 연작은 안견의 몽유도원도를 차용해 마음속의 산을 표현하되 한국화의 스밈과 번짐 효과를 이용했다는 점에서 현대적인 사의(寫意) 산수라고 할 수 있다. 작품에 등장하는 풍경은 그가 누비고 다녔던 설악산, 지리산 같은 산들의 마음속 잔상으로, 묘사보다는 자연과 하나 되는 마음에 그 의미를 둔다. 작가의 말처럼, 그의 산수는 눈에 보이는 산수가 아니라 누구나의 마음속에 존재하는 산봉우리와 골짜기, 기암괴석과 산천초목인 ‘흉중구학(胸中丘壑)’인 것이다. 기법상으로는 캔버스에 밑칠을 6?7회 정도 한 다음 원하는 기본색을 칠한 뒤, 그것이 마른 다음 흰색을 칠하고, 물감이 마르기 전에 마음 속 산수를 맹물로 그린다. 즉 칠을 물로 지워나감으로써 형태를 드러내는 것이다. 그 위를 넓고 평평한 붓으로 상하 또는 좌우로 지나가면 꿈꾸는 듯 몽롱한 분위기의 산수가 된다. 물감이 마르기 전에 맹물로 형태를 그리는 과정과 평필로 지나가는 과정에서 무엇보다 호흡이 중요한데, 한 호흡으로 이어지는 과정에서 붓의 힘이나 속도에 따라 화면의 구성과 분위기가 달라지기 때문이다. 밑 색이 스며 나오고 물감과 물감이 만나 번지고 또 시간이 지나면서 그것들이 미묘한 차이로 드러나는 과정에서 풍경은 한 편의 서정시를 마주하는 것처럼 함축적인 울림을 전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