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1분57초, 31분57초
뉴미디어
2011
〈PH 익스프레스〉(2011)는 김아영이 2011년 베를린의 퀸스틀러하우스 베타니엔(Kunstlerhaus Bethanien)에 머무는 동안 제작한 30분 분량의 스크립트로 동명의 2채널 비디오로 제작되었다. 그는 1885년부터 1887년까지 영국 해군이 우리나라의 거문도(포트 해밀튼)을 점령했었던, 19세기 세계열강들의 역학관계 속에서 벌어진 역사 속 사건을 모티프로 삼는다.동일한 사건에 대하여 세계 각국에서 기록되거나 보도되었던 자료들을 수집한 작가는 각 서사를 분절, 해체하고 재직조하여 재해석한 시나리오를 썼다. 그녀가 만든 텍스트는 스크립트의 99%가 실제 19세기 말의 사료에서 추출한 인용구라는 점에서 다큐멘터리의 성격을 갖지만, 연기자들의 분장과 말투, 장면의 전환과 배경음악 등에서 느껴지는 분위기는 마치 풍자극처럼 보인다. 이처럼 김아영의 작업은 리얼리티를 반영하지만 진실성으로부터는 자유로우며,픽션인 것 같지만 완전한 실화인 아이러니를 담고 있다. 또한 잘 알려지지 않은 과거의 사건을 토대로 한국의 파행적 근대화 과정을 추적하면서 그것이 현재의 세계적인 이슈인 후기식민주의와 얼마나 공명하고 있는지 일깨워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