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은 시리즈 중 한 작품으로, 배접한 전통 종이 위에 허물어진 담벼락과 오래된 주택의 외관을 푸른색 잉크로 섬세하게 기록한 드로잉이다. 작가는 경기도 안산시 대부동에 위치한 선감도에서 2010년과 2011년 두 차례에 걸쳐 레지던스 프로그램에 참여하는 동안 자신과 연관된 주변 사람들과 그 공간을 관찰하고 그것을 소재로 작품을 제작했다. 2011년의 두 번째 방문에서 변하지 않을 것 같은 시골 마을의 작은 변화를 감지하고, 당시 작가 자신이 머물렀던 마을을 산책하면서 마주친 풍경들을 관찰하여 세밀하게 표현해 드로잉으로 완성했다. 이 작품은 단순히 마을의 한 장면을 재현한 것이 아니라, 오랜 시간에 걸쳐 작가 내부에서 중첩된 기억을 응축시킨 기록이라고 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