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0×160×28cm
조각
2009
〈c+c〉(2009)는 기본에 충실하면서도 자유로운 변주의 가능성을 열어두는 홍정욱의 작업방식을 고스란히 보여주는 작품이다. ‘통제된 혼란(controlled chaos)’을 뜻하는 제목에서 짐작할 수 있듯, 이 작업은 치밀한 계산에 따라 제작된 뼈대 위에서 아무런 계산 없이 즉흥적인 손의 움직임으로 플라스틱 호스를 마구 뒤엉키게 하여 형태를 만든 것이다. 그야말로 한 작품 안에서 철저한 통제와 완전한 혼돈이 공존하고 있는데, 이는 그의 작업과정 전체가 전적으로 작가의 손에 달려있기 때문이기도 하다. 그는 단 하나의 공정에서도 기계를 사용하지 않고 일일이 수작업으로 나무를 깎고 연결해 뼈대를 만든 뒤 플라스틱 호스와 철사들을 매달고 붙였다. 이와 같은 복잡한 제작과정과 극도의 물리적 노동이 결과적으로는 매우 간결한 형태로 나타난다는 점에서 홍정욱의 작업은 어찌 보면 예술의 무용성(useless)를 설명하는 듯하다. 그러나 만드는 과정에서의 변수와 그에 따른 변형을 적극적으로 수용함으로써 그는 오히려 수작업의 장점인 유일한 원본성을 획득한다. 이처럼 보이는 것과 보이지 않는 것 사이의 간극을 통해 역설을 말하는 것이 홍정욱의 작업이 갖는 가장 기본적인 의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