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분36초, 가변크기
설치
2014
〈뼈와 살이 타는 밤〉(2014)은 ‘가상’의 공간을 다룬 소설 ‘구운몽’에서 착안한 이야기가 그 근간을 이룬다. 작가는 “꿈과 현실을 구분할 수 없다는 점에서 소설 ‘구운몽’과 우리의 현실은 유사하다”고 보았고, 지금의 사회가 ‘병든 사회’라는 점에서 1980년대 당시와 별반 다르지 않다는 입장에서 1980년대 초 정권이 추진한 ‘3S 정책’(스크린?섹스?스포츠) 하에 제작된 에로영화에서 작품 제목을 따왔다. 그래서 어두운 과거와 벗어나지 못하는 현재를 은유하는 동굴이 이 작품의 기본 배경이다. 이 작품은 어두운 밤을 배경으로 손전등에 의지한 채 인왕산 숲, 동굴, 산골짜기와 도시의 거리, 공장, 광장 등 알 수 없는 공간들을 헤매는 남자의 모습을 담은 영상을 중심으로 음향, 설치 등이 복합된 형식이다. 화면에 누군가 등장하게 되더라도 주인공과의 접촉 없이 스쳐지나가며, 익명의 사람들이 어디론가 끌려가는 모습이 반복적으로 목격된다. 인간관계의 단절과 불특정한 대상에 대한 막연한 불안과 공포, 폐쇄적인 상황을 공감각적으로 체험할 수 있는 영상, 음향, 오브제들을 통해 현실에 대한 상징성을 극대화하고, 순간적인 몰입을 통한 깊은 감각의 조우를 이끌어낸다. 양아치는 가상현실과 이야기를 통해 가상의 공간을 갈망하고 기댈 곳 없는 현실 속에서 예술을 통한 안식처를 제공하고 관심을 환기시키기를 촉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