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4)는 동명의 시리즈 중 하나로, 장시간 노출을 사용하는 천경우 사진의 특징을 잘 보여준다. 한국의 서예가들과 함께 작업한 이 사진에서, 사진 속 젊은 서예가들은 자신 나이에 해당하는 시간(23-30분) 동안 허공에 붓과 먹 대신 라이트펜을 이용해 이야기를 써내려갔다. 라이트펜으로 허공에 글쓰기를 하는 과정을 촬영한 것으로, 수정이 불가능한 필연적인 시간의 흔적이 사진에 남았다. 또한 사진 속 인물은 촬영되는 피사체가 될 뿐만 아니라 작품에 적극 기여하는 능동적인 인물이 된다. 천경우의 사진에서 인물은 작품의 객체이자 주체가 되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