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7×24cm
한국화
연도미상
천경자는 한국 채색화의 독자적인 회화양식을 창출한 화가이다. 천경자의 회화는 채색화가 대표적이지만 이외에도 기행회화, 수묵담채화, 삽화, 드로잉 등의 작품들도 많이 남아있다. 그중에서도 수묵담채화에는 금붕어, 개구리, 꽃을 그린 그림이 주를 이룬다. 천경자는 자신의 수묵담채화에 대해 “표현수법이 동양화에 속하지만 자기 스타일의 그림을 제작하는 동안 별도로 표현방법을 바꿈으로써 부록처럼 따라온 그림 양식”이라고 한 바 있다. 그는 화폭에 장난스럽게 붓을 움직이는 것이 가장 마음에 놓이는 휴식이라 여길 만큼 수묵담채화 그리는 것을 즐겼다. 여유가 있을 때마다 앉은 자리에서 개구리, 붕어와 같은 소재를 몇 장이고 연거푸 그리기도 했다. 1950-60년대 천경자는 여러 문인들과 교류하며 단행본의 표지화와 목차컷, 삽화를 그리는 일이 많았고, 여기에는 주로 수묵담채화나 먹그림으로 제작되었다. 그 중에서도 표지화와 내지컷은 그의 작업 세계와 평행하게 시도되었다는 점에서 또 다른 독립된 영역의 작업으로 평가받고 있다. <꽃무리속의 여인>은 꽃을 동반한 여성인물화이다. 천경자는 60년대 초중반부터 초상화 형식의 여성인물화를 그리기 시작했다. 여성인물화는 두상 또는 흉상으로 반측면의 얼굴을 클로즈업한 모습이다. ‘꽃과 여인’이란 영원한 테마가 하나의 전형을 이루어 가는 시기이며, 전통적인 한국 여인상과 달리 뾰족한 턱, 치켜 올라간 눈꼬리와 오똑한 코를 지닌 서구적인 인물표현이 특징이다. 천경자 작품의 여인상하면 떠오르는 목이 길고 가느다란 눈썹의 서늘한 눈매를 가진 모습이 이 시기부터 나타나기 시작했다. 이 같은 여인상은 채색화보다는 1965년 전후로 그려진 삽화와 스케치에서 많이 확인된다. 턱을 들고 손에 괴고 있는 모습, 머리에 꽃장식을 한 모습, 가늘고 긴 손가락 표현 등이 특징이다. <꽃무리 속의 여인>은 빠르고 율동감있는 붓질, 자유롭고 힘찬 선의 흐름, 평면적이면서 간결한 형태 표현으로 1960년대 천경자 여성인물화의 전형을 보여주는 작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