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4.5×164cm
회화
1985
<단절시대>(1985)는 장지를 이용한 민화풍 그림으로 이러한 경향은 민족미술협의회(1985)를 창립한 이후 시기에 나타나는 특징이다. 제목에서 드러나듯 칸막이로 구획된 곳에서 양복을 입은 인물들의 얼굴이 태엽을 감아 돌아가는 기계로 대체되어 있다. 화면의 위에는 전통 탈처럼 보이는 얼굴들이 놓여 있는데, 이는 자신의 진정한 얼굴을 잃어버린 채 태엽감은 기계처럼 살아가는 현대인의 삶을 연상시킨다. 가운데에는 투명한 큐브에 갇혀있는 용이 웅크린 채 단절된 세상을 들여다보고 있다. 조선 시대의 세시 풍속 가운데 새해가 되면 궁궐의 문이나 민가의 문에 용 그림을 내다 붙이는 풍습처럼 이 작품에서 용 그림은 일종의 용의 신령스러운 힘을 빌려 해로운 것을 물리치려는 세화(歲畵)의 역할을 한다. 공동체 의식을 통해 우리의 전통을 지키고, 인간다운 삶을 꿈꾸는 작가의 염원이 담긴 작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