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0×31cm
한국화
1987
천경자는 한국 채색화의 독자적인 회화양식을 창출한 화가이다. 천경자의 회화는 채색화가 대표적이지만 이외에도 기행회화, 수묵담채화, 삽화, 드로잉 등의 작품들도 많이 남아있다. 1969년부터는 30여 년 동안 수차례에 걸쳐 해외여행을 다녀왔다. 기행회화는 해외여행에서 느낀 감흥과 순간을 포착하여 스케치한 후 채색한 그림들로, 해외여행을 통해 이루어낸 천경자 회화의 독립 장르이다. 천경자는 1980년대 들어서면서 문학과 영화예술의 현장을 찾았다. 그가 학생시절부터 가졌던 남다른 취미는 문학작품과 영화를 즐기는 것이었다. 영화, 연극, 유행가, 춤은 세월이 흐를수록 취미를 넘어선 천경자의 예술적 소양이 되었고, 고독한 삶을 위로 해주는 수단이자 작품의 소재였다. 천경자가 세계적인 문호들의 발자취를 찾아다니며 남긴 화폭과 수필에서 문화예술에 대한 열정과 애정이 드러나는 대목이 종종 발견된다. 끊임없이 인간 본연의 원초적인 원시성을 찾아다니면서도 문명지 유럽과 미국의 문화예술에 심취했던 작가는 섬세한 묘사 위주의 사실적 화풍을 보여주면서도 구도와 색채 변화를 주어 꿈과 사랑, 환상의 세계를 화면에 담아내었다. <헐리우드 챠이니스 극장>(1987)은 로스앤젤레스 할리우드 차이니즈 극장을 그린 작품이다. 차이니즈 극장은 1927년 개관한 이래 지금까지 할리우드의 랜드마크이자 세계를 대표하는 극장 중 하나이다. 극장은 1968년 로스앤젤레스 역사문화 유산 기념물로 등재되었다. 극장 앞에는 200명 이상의 유명 스타들이 시멘트 위에 찍어 놓은 손자국과 발자국, 자필 사인이 각인(Forecourt of the Stars)되어 있으며, 명예의 거리에는 스타들의 이름이 새겨진 별모양 보도가 있다. 수많은 관광객들은 이곳에서 포즈를 취하는 것이 통과의례이다. 천경자는 중국의 거대한 탑을 모티브로 디자인된 극장을 섬세하게 그렸다. 연철 마스크로 장식된 2개의 거대한 붉은색 기둥이 떠받치고 있는 청동 지붕, 기둥 사이로 돌로 조각된 커다란 용 장식, 문양까지 꼼꼼하게 그려 넣은 섬세함이 드러난다. 극장 앞 별모양 보도를 밟거나 포즈를 취하는 사람들의 모습까지 이국적 풍취를 그대로 화폭에 옮겨 전달하고자 한 천경자의 감수성이 드러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