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1.5×41cm
한국화
1982
천경자는 한국 채색화의 독자적인 회화양식을 창출한 화가이다. 천경자의 회화는 채색화가 대표적이지만 이외에도 기행회화, 수묵담채화, 삽화, 드로잉 등의 작품들도 많이 남아있다. 1969년부터는 30여 년 동안 수차례에 걸쳐 해외여행을 다녀왔다. 기행회화는 해외여행에서 느낀 감흥과 순간을 포착하여 스케치한 후 채색한 그림들로, 해외여행을 통해 이루어낸 천경자 회화의 독립 장르이다. 그는 1979년 인도와 중남미 기행부터 귀국 후에 치밀하고 견고한 채색작업을 거쳐서 기행회화를 완성시켰다. 여행지에서 깊이 새겨진 이미지들을 벗겨내고 화면에 배치하는 과정을 통해 색채는 보다 깊어지고 선명해졌다. 이로써 기행 초기에는 현장 스케치화들이 많은 반면 여행이 거듭될수록 화려한 색감과 환상적인 화면구성이 돋보이는 완성도 높은 채색화로 고착되었다. 이 과정을 통해서 천경자는 기행회화를 단순히 기록화로 보는 개념에서 벗어나 독특하고 신비한 화면을 창출해냈으며, 채색화의 독립된 장르로 완성시켰다. <타오스 푸에블로촌>(1982)은 푸에블로 촌락의 인디언 크리스마스 축제를 그린 작품이다. 1981년 천경자는 미국 남서부지역으로 여행을 했다. 천경자는 지리적 조건 때문에 뉴멕시코 주에서 애리조나 주까지 자동차로 횡단해야만 했고, 둘째 딸과 함께 여행을 했다. 이 지역들은 인디언들의 정착지로 현대문명에 동화되지 않고 옛 관습을 그대로 고수하면서 살아가며 미국 원주민과 이들의 현대 후손들의 문화가 섞여 독특한 문화가 만들어진 곳이다. 천경자는 아메리카 대륙의 원시적 대자연을 찾기 위해서 미국 남서부 지역 여행을 감행했다. 타오스는 아담하지만 문화 도시로 알려진 곳이다. 인디언 촌락들은 대부분 스케치가 허락되지 않았지만, 이곳은 인디언 크리스마스 축제가 열리고 있었기 때문에 여러 점의 스케치를 남길 수 있었다. 활활 타오르는 장작에 불을 배경으로 가면을 쓰고 가운을 입은 인디언들이 화면 중앙에 몰려있다. 타오르는 장작불 사이 흰 천막 베일을 쓴 여인이 있다. 이 광경은 인디언 부락의 의식을 스케치한 것으로 화면 중앙에 몰려있는 군중들은 춤을 추는 모습이 아니다. 인디언 부락의 축제는 천경자의 기대와 달리 음악도 춤도 없이 끝났다. 작가는 타오르는 불길과 인디언들의 원색적인 색감으로 축제 분위기를 표현했으며, 화폭을 통해서 인디언 문화를 그대로 전달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