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1×22.5cm
한국화
1969
천경자는 한국 채색화의 독자적인 회화양식을 창출한 화가이다. 천경자의 회화는 채색화가 대표적이지만 이외에도 기행회화, 수묵담채화, 삽화, 드로잉 등의 작품들도 많이 남아있다. 1969년부터는 30여 년 동안 수차례에 걸쳐 해외여행을 다녀왔다. 기행회화는 해외여행에서 느낀 감흥과 순간을 포착하여 스케치한 후 채색한 그림들로, 해외여행을 통해 이루어낸 천경자 회화의 독립 장르이다. 1969년부터 1974년까지의 기행 스케치화는 여행지에서 빠르게 펜이나 연필로 그린 후 수성물감을 사용하여 엷게 채색했다. 1969년 남태평양 군도와 유럽에서 그린 기행회화는 빠르게 펜이나 연필로 그린 후 엷게 채색한 선묘 중심의 데생력이 돋보인다. 1974년 아프리카 기행부터는 원시적인 미감을 반영하여 스케치 선묘 위에 과슈로 채색하였고, 기행회화는 선명도 높은 원색적인 화면으로 변모되었다. 기행 초기에는 현장 스케치화들이 많은 반면 여행이 거듭될수록 화려한 색감과 환상적인 화면구성이 돋보이는 완성도 높은 채색화로 고착되었다. 이 같은 과정을 통해서 천경자는 기행회화를 단순히 기록화의 개념에서 벗어나 독특하고 신비한 담긴 화면을 창출해냈으며, 채색화의 독립된 장르로 완성시켰다. <뉴욕 센트럴 파크>(1969)는 뉴욕 청년들의 모습을 담은 기행 스케치화이다. 천경자는 뉴욕 8번가 아파트에 머물면서 거리 일상을 자주 스케치했다. 천경자는 뉴욕이 마치 세계 각국 사람들이 몰려있는 거대한 도시, 낭만이나 정서가 없는 비정의 도시라는 인상을 받았다. 바쁜 일상을 살아가는 뉴욕 사람들을 보며 한국에 대한 향수와 고독감을 느끼면서도 뉴욕의 젊음을 부러워했다. 뉴욕에서 그린 스케치들은 풍경보다 인물을 포착한 그림들이 많이 확인된다. 엉거주춤 서 있거나 걸어가는 인물들은 빠른 선묘로 구도와 상관없이 각각 나열한 형국이다. 배경은 생략하고 인물의 특징만 클로즈업했다. 시각적 인상을 강조하여 금발 머리와 짧은 미니스커트만 채색하여 미국 젊은이의 풍모를 강조해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