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2×227cm
회화
1988
〈일상〉(1988)은 이석주 특유의 데페이즈망 기법을 통해 일상의 덧없음에 대한 감각을 드러낸 작품이다. 이 작품에서 극사실주의 기법으로 가장 온전하게 그려진 대상은 시계이다. 시계는 시간의 흐름을 나타내는 동시에, 시간의 흐름에 의해 그 어떤 영향도 받지 않는 유일한 사물로 묘사되어 있다. 그러나 나머지 모든 일상의 사물들은 그 시계가 상징하는 시간의 흐름으로부터 자유롭지 못하다. 비교적 새것처럼 보이는 치약 튜브는 찌그러져 있고, 무엇인지 알 수 없는 빨간 비닐 포장상자도 푸른 대기 중으로 사라져가는 중이다. 무엇인지 알 수 없는 플라스틱 병들과 일상용품들은 녹슬고 색이 바래버렸다. 언젠가는 치약 튜브와 빨간 비닐 역시 그처럼 색이 바래질 것이다. 시간의 가차 없음에 대한 이러한 묘사를 통해 그는 보는 이들을 일상과 삶에 대한 사유와 관조의 시간으로 이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