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8×38cm
한국화
1972
천경자는 1972년 베트남 전쟁 종군화가단(공식 명칭 ‘국방부 주관 월남전 한국군 전선시찰 화가단’)의 일원으로 활약했다. 1972년 6월 문공부는 파월 국군의 용맹한 활약상을 재현하기 위해 국방부의 협조를 얻어서 화가 이마동을 단장으로 10명의 중진화가를 베트남에 파견했다. 천경자는 김기창, 박영선, 김원, 임직순과 함께 베트남 파병부대였던 B지구 맹호부대에 배속되었다. 종군화가단은 베트남에 머물면서 전투 현장을 방문하였고, 그 현장을 작품에 담아서 같은 해 12월 국립현대미술관에서 열린 ≪월남전 기록화 전시회≫에 전시했다. 출품된 대부분의 작품들은 화가 개인의 화풍과 개성을 살리지 못하고 이전에 제작된 전쟁기록화를 답습한 반면, 천경자는 평소 즐겨 그리는 소재를 반영하여 환상적이고 이국적인 풍정을 화면에 담았다. 천경자는 전쟁의 현장에서 객관적 관찰에 의한 스케치와 더불어 해외 스케치 여행에서 경험했던 감수성을 반영하여 개성 있는 전쟁기록화를 구현해냈다. <26연대 부락작전>(1972)는 베트남 송카우 부락을 스케치한 작품이다. 천경자는 수색작전을 보기 위해 송카우 부락에 있는 26연대 7중대에 갔다. 울창한 야자나무로 둘러싸인 촌락은 하늘에 떠있는 헬리콥터가 없다면, 고요하고 한가로운 마을 풍경이다. 목조 가옥이 즐비하게 늘어선 가운데 가축들이 놀고 있고, 그 옆으로 베트남 모자 농라를 쓴 사람이 자전거를 타고 지나간다. 천경자는 가끔 산봉우리에 울려 퍼지는 포성소리에 시원함을, 진동이 멈추면 산 아래 펼쳐진 광경을 고요의 심연이라 느꼈다. 목숨을 잃을지도 모르는 순간에 눈앞에 펼쳐진 광경을 아름다운 시정(詩情)으로 여겼다. 여심을 즐기는 천경자는 전투 현장에서 목격했던 순간들뿐만 아니라 아름다운 풍물을 함께 화폭으로 옮겼다. 전쟁의 참상을 드러내기보다는 작가 특유의 감흥을 반영한 작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