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는 씨앗이 발아하는 순간, 찰나의 장면을 포착한 작품이다. 작가는 섬세한 필치로 씨앗의 세부를 묘사하면서, 상상에 의한 이미지를 그려내었다. 씨앗은 생명의 시작을 알리는 출발임과 동시에 생명의 소멸에서 얻어지는 또 다른 출발을 의미한다. 화면에 씨앗을 전면적으로 등장시켜 배경을 없애고, 여백을 강조하면서 단순한 구성을 만들어내었다. 이는 세밀하면서 신비롭고, 명상적인 분위기를 자아낸다. 터질 듯 부풀어 오른 열매 하나, 씨앗 한 톨은 그 자체가 생명력으로 가득한 하나의 우주다. 그녀가 대상에 대한 몰입과 일상의 반추를 통해 자신의 내면세계를 화면 위에 적극적으로 담아내기 시작하였음을 보여주는 작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