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은 나무로 만들어진 야구방망이를 조각내어 다시 휘어지는 형태로 이어 붙인 작품이다. 제목인 ‘Bending’은 ‘휘어지다’는 의미 이외에도 ‘(사람에게) 허리를 굽히다’, ‘복종하다’라는 뜻으로 쓰이기도 한다. 나란히 걸린 7개의 변형된 나무 방망이들은 왼쪽에서 오른쪽으로 갈수록 순차적으로 구부러진 각도가 커진다. 쉽게 손상되지 않을 나무 소재의 기성품임에도 맨 오른쪽에 위치한 것은 인위적인 재조합을 거치면서 마치 손으로 우그러뜨릴 수 있을만큼의 구부러진 형태를 취하고 있다. 관람자는 단단한 나무 재질이 순차적으로 구부러지는 설치 광경을 통해 휘어진 야구방망이에 대한 익살과 함께 그것이 상징하는 폭력의 이미지가 굴복되는 듯한 체험을 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