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은 김수현의 도시적이고 현실적인 감성이 잘 묻어나는 작품으로, 그가 미국으로 유학을 떠나기 전에 찍은 일련의 도시와 일상 풍경 사진들 가운데 하나이다. 서울의 한 아파트 거실 벽에 걸린 액자와 장식장에서 평범하면서도 왠지 모를 여유로움이 느껴진다. 책과 신문, 계산기, 성경책 등 장식장 위에 놓인 물건들은 한국의 중산층 가정에서 흔하게 볼 수 있을 법한 모습이다. 액자 유리에 비친 건너편의 빽빽한 아파트들의 거실에도 아마 비슷한 액자와 장식장이 놓여 있을 것이다. 이 사진은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은 실내의 한 장면을 담고 있지만 관람자는 미묘한 심리적인 동요를 경험하게 된다는 점에서 독특한 작업이라 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