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8.8×32.4cm
드로잉&판화
1981
<가족>(1981)은 잠자는 가족의 모습을 동판화로 제작한 작품이다. 1980년대 노원희의 작업은 미술운동의 자장 안에서 불공정한 사회현실을 비판적으로 들춰낸다. 좁은 침상 위에 잠든 두 아이와 두 팔에 고개를 파묻고 앉은 채로 잠이 든 엄마, 그리고 차마 잠들지 못하고 고개를 돌려 상념에 빠진 가장의 모습이 어두운 배경 가운데 드러나 있다. 이들의 고단한 삶의 무게와 현실의 피로가 고스란히 전달되는 장면이다. 그러나 작가는 현실의 고발이나 구구절절한 설명이 아니라, 이들을 바라보며 공감하고 의식한다. 이러한 작가의 태도는 관람자에게도 전해지며 동정이나 슬픔, 절망이 아닌 날카로운 현실의 아픔을 느끼고 이해하게 만든다. 이처럼 그의 작품은 때로는 사회적 메시지로 또는 일상의 생생한 재현으로, 그 사이를 오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