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0.3×61.2cm
드로잉&판화
1986
<숲에서>(1986) 시리즈는 민정기의 두 번째 개인전 《서울의 봄》(1986)을 통해 처음 소개되었다. 학부 때 연극 동아리 활동 경험이 있는 작가가 영화처럼 구상해서 제작한 석판화 시리즈이다. 숲에서 움직이고 있는 인물들의 모습을 담은 작업으로, 실제로 현장은 여름이라 가벼운 옷을 걸치고 찍었고 이후 이를 누드로 그린 것이다. 작가는 세 명의 남녀 모델을 고용해 숲에서 일정한 행동을 하도록 지시한 후, 사진작가가 촬영하도록 연출하고 지시했다. 최민은 이를 두고 ‘일종의 실험 연극 또는 시네마 베리테(cinema verite) 영화와 같은 발상’이라고 설명했다. 민정기는 이 작품을 통해 일종의 ‘금기의 공간’으로 상정된 숲이라 할지라도 길이 있고, 그 길을 넘어 오가는 사람들이 있는 이야기를 다루고자 했다고 밝힌 바 있다. 이후 이 작품과 연계해 제3세계 내전의 상황을 담아 제작한 다색 석판화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