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0×162cm
회화
2005
<일하는 사람>(2005)은 이제의 2005년 첫 개인전에 포함되었던 작품으로, 전시를 앞두고 ‘뭔가를 기록하고 싶다’라는 작가의 바람을 담아 진행한 작업이다. 당시 작가의 눈에 들어온 것은 재개발로 곧 사라져 버릴 금호동의 풍경이었다. 금호동은 그가 20년 넘게 토박이로 살아온 동네다. 화면을 가득 메운 고층 아파트의 질서 정연한 층간, 창문, 벽 위로 마치 한 점의 얼룩과도 같은 형상이 눈에 띈다. 희미한 줄에 몸을 의지한 채 벽 틈을 칠하고 있는 사람이다. 이 인물의 묘사로 인해 삭막한 도시 풍경화로 보였던 화면이 급격하게 달라진다. 애초 작가의 관심은 풍경이 아니라 인물이었다. 인물을 위해 풍경은 더 균일하고 꼼꼼하게 그려져야 했다. 그 결과 그림은 작가의 의도대로 기억 속의 공간과도 같은, 그리하여 도래하지 않은 과거 혹은 지나온 미래처럼 불가능하고 낯선 장면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