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5×18cm
사진
1991
<분단 풍경>(1991) 시리즈는 정인숙의 사진 작업에서 가장 중요한 주제 가운데 하나로, 1987년 동해 여행길을 시작으로 강원 속초, 양양, 주문진, 서해 5도, 판문점 일대를 돌며 휴전선의 철조망, 초소, 벙커와 같은 분단의 흔적을 담아냈다. 사진에 찍힌 군사시설들은 때로 어설프고 우스꽝스러워 보인다. 병사 대신 위장용 등신대 병정 인형이 있는 초소와 벙커라든가, 북한과 직접 연결되는 동굴에 삼엄한 경비 대신 어설프게 막아 놓은 가림판과 빈 수레 등은 초라한 상징에 불과하다. 그것은 아직까지 이어지고 있는 전쟁의 상흔을 들추는 동시에, 최민이 지적했듯이 “이미 폐기된 또는 폐기되고 있는 낡은 전쟁 테크놀로지의 준(準)고고학적 잔해들”이다. 최민은 정인숙의 사진이 잠재의식 뒤편에 도사리고 있는, 애써 기억에서 영원히 추방하고 싶은 것들을 보여준다고 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