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4×103cm
회화
1999
<진화론>(1999)은 주재환의 작품이 갖는 여러 특징을 가장 간략하게 보여주는 예다. 벽지 위에 오려 붙인 인간 형상의 띠지에 갖가지 영장류 일러스트를 스티커처럼 빼곡히 붙여 넣었다. 이 우스꽝스러운 인간을 비웃는 듯 화면 왼쪽 아래에는 도색 잡지에서 오려낸 컬러 도판 속 여성이 활짝 웃고 있다. 하단 중앙에는 베트남 전쟁의 폭격에 울며 거리로 뛰쳐나온 여자아이 사진이 빨간 테두리가 있는 견출지 위에 붙어 있다. 작가가 볼 때 영장류 가운데 가장 으뜸인 인간은 세계를 지배하는 존재가 되었지만 선한 방향으로 진화되지 못하고 악한 방향으로 나아갔다. 이 작품은 그러한 인간 존재에 대한 작가의 조롱 섞인 표현이며, 그가 자신의 작업을 두고 칭한 ‘천 원짜리 미술’의 전형을 보여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