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5×33.5cm
회화
1997
<화려한 휴가>(1997)는 1980년 5.18 민주화운동 당시 공수부대의 작전명을 그대로 제목으로 가져온 작품이다. 그려진 장면 역시 당시 5월 광주의 모습이다. 작가는 방독면을 쓴 무장한 군인들이 곤봉을 들고 시민들을 무자비하게 진압하는 장면을 엷은 색조의 유화로 제작했다. 1980년을 온몸으로 겪은 세대 가운데 많은 이들이 그러했듯이 작가 역시 한동안 당시의 기억을 묻어둔 채로 지냈다. 그러나 이후 그는 ‘80년 5월 광주에 살았었다’는 고백과 함께 결코 지울 수 없는 기억 속의 한 장면을 꺼내어 조심스럽게 펼쳐 놓았다. 흰 여백으로 처리된 텅 빈 배경 속 인물들의 묘사는 사건의 실제성과 폭력성을 중화시키고 마치 무성영화의 한 장면을 보는 듯한 느낌을 준다. 그러나 이로 인해 비극적인 역사에 대한 감각은 더욱 강렬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