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0.5×194cm
회화
2008
<광화문>(2008)은 다소 음울해 보이는 잿빛 하늘 아래 광화문 공사 현장을 그린 작품으로, 전면에 붉은색에 가까운 진한 주홍색 줄이 그어져 있는 가림막이 수평으로 드리워져 있다. 그 뒤로 마치 상복을 입은 듯 희멀겋게 칠해진 경복궁 전각들이 보인다. 전반적으로 무채색의 분위기로 그려진 이 작품은 일상에서 감지되는 ‘영원과 죽음’, ‘정지’를 목격하면서 일종의 ‘애도’를 떠올리며 그린 것이라고 작가는 말한다. 그러나 도로의 표지선과 가림막, 주홍색 수평선, 전각 지붕의 선들, 그 위로 보이는 북한산의 능선이 서로 어우러져 만들어내는 리듬감은 사뭇 경쾌하기까지 하다. 뿌연 회색조와 대비되는 변화무쌍한 선의 조화가 심심한 풍경을 심심하지 않게 만든다. 황세준이 그리는 도시의 ‘진경’이 감상자의 이목을 끄는 것은 바로 이러한 양가성에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