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8×69.5
드로잉&판화
1985
<기다리는 사람들>(1985)는 1985년 《20대의 힘》전에 출품했던 작품으로 화면 전체를 구성하며 시선을 끄는 선명한 붉은 선들은 철거민들이 쥔 봉처럼 표현되어있다. 1983년 서울시 강서구 목동의 신시가지 재개발 계획이 발표된 이후 수십 차례에 걸쳐 강제 철거에 반대하는 주민들의 시위가 이어졌고 정부당국과 대치되는 국면에 처했다. 작가는 국가라는 거대 권력의 힘 앞에 자신들의 삶의 터전을 지키고자 맞서는 소시민들의 현장을 포토콜라주기법으로 제작했다. 작품에서 끝없이 이어진 붉은 봉은 좀처럼 해결책의 실마리를 찾지 못하고 힘겨운 투쟁을 이어가는 불투명한 민중의 현실을 암시하는 듯하다. 뿐만 아니라 봉을 잡고 있는 인물들을 힘 있고 건장한 젊은이들이 아닌 나약하고 등이 굽은 노인들로 표현함으로써 힘겹게 싸우는 서민들의 고단한 모습이 한층 더 부각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