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2×68.5
드로잉&판화
1989
<헬리콥터 잡으러 하늘로 갈꺼나-백석리>(1989)는 1980년대 후반 정부 주도하에 진행된 경기도 일산, 분당 등지의 재개발을 배경으로 하고 있다. 대부분이 농지였던 일산에서는 원주민과 이주민의 비율이 7:3에 이를 정도였지만 원주민이 현지에 남아 새로 개발된 도시에 정착할 확률은 희박했다. 정부는 농지로 계산한 낮은 보상액을 제시했고 평생을 농민으로 살아온 대부분의 일산 원주민들은 정부의 이 같은 재개발 정책의 백지화를 주장하며 연일 시위를 벌였다. 작가는 일산에서 직접 거주하며 주민들의 실상을 보았고 이것을 작품 속에 담았다. 땅 위에 세워져야 할 집은 하늘 위에 둥둥 떠 있어 불안정하게 흔들리는 일산 백석리 사람들의 현실을 나타내며 ‘보상도 결사반대’, ‘누구를 위한 농민인가?’라는 글귀가 적힌 창고 앞에 선 나이든 농부는 일사천리로 진행되는 재개발 현장에서 속수무책인 채 덧없이 정찰 헬리콥터를 바라본다.